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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가 해본

새로운 취미 필사 그리고 예쁜글씨체 (악필교정 후기)

by 엘데의짐승 202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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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필교정 클래스?

  최근 인스타나 페이스북 광고에 글씨체 배우기 강좌를 보셨나요? 
마치 기계로 찍어낸 인쇄체처럼 보이는 '미꽃체'라는 글씨체가 요즘 핫 합니다. 와 이걸 사람이 쓸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짧은 쇼츠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 저는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글씨체가 아름답습니다.
저는 글씨체가 못난 편은 아닙니다만 글씨가 들쑥날쑥 합니다. 뭔가 고정된 글씨체가 없고 펜에 따라 종이에 따라 기분에 따라 필체가 막 바뀌는 게 문제입니다. 요런 글씨체로 글을 써 보자라고 시작했지만 마무리는 다른 글씨가 되어버려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막연히 한글 정자체라도 잘 써서 제 글씨체를 뭐랄까 고정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지난 10월 말경 우연히 유튜브 영상 하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글씨 교정 관련 영상이었는데 저처럼 악필이었던 사람이 한 달 동안 연습해서 바뀐 글씨체를 보여주는 영상이었습니다.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때 마침 할인 이벤트 공지글을 보게 되었고(사실은 365일 할인 중?) 그날 밤 나도 바로 신청을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글씨연습은 11월 초부터 12월 중순까지 매일 꾸준히 하루 10~30분씩 따라 쓰면서 연습했고 마침내 목표했던 대로 마지막 날 수강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글씨체를 교정한답시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지만 번번이 실패했는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역시 사람은 돈을 써야..(응?)   
어쨌든 나는 이제 내 글씨체에 자신감이 (조큼) 생겼고 앞으로는 손글씨 쓰는 것에 부담을 조금 내려놓았고 대신  즐거워질 것 같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나?

  예전엔 펜글씨 교본 같은 노트 하나 달랑 사서 그냥 따라쓰기였다면 지금은 영상의 시대.. 약 10분 남짓한 클래스를 들으면서 글자의 원리부터 쓰는 순서 주의할 점 기타 등등 하루하루 조금씩 완성시켜 나가는 방식입니다. 
일단 온라인 강의이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과 상관없이 수강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오프라인 학원이었다면 스케줄 조정하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글씨 하나 바꾼다고 학원까지 가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고 요즘 시대에 무슨 손글씨?라는 손글씨 효용성에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기 때문에 금전투자 또한 망설이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선생님께서 직접 제작하신 교재나 영상자료들이 너무 유용해서 필기하면서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전용 노트와 샘플을 제공해 주셔서 그때그때 프린트 해서 더 많이 하고 싶을 땐 더 많이 연습할 수도 있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한다면 수업 결과물을 게시판에 숙제 형식으로 올려두면 강사님의 직접 피드백과 수강생들의 응원에 좀 더 자신감과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은근 비교? 와 자랑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약이 될 수도 혹은 독이 될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약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수료 후 달라진 점은?

이제 어딜 가서 든 당당하게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어디 가서 펜을 잡으면 괜히 눈치 보이고 작은 쪽지 하나 쓰는 것도 쓰고 버리고 쓰고를 반복하곤 했는데 이젠 그런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며칠 전 새로 간 병원에서 개인정보 적은 종이를 건네니 간호사 분들이 오.. 이렇게 글씨를 예쁘게 써주시면 얼마나 좋아.. '보기도 좋고 다시 안 물어봐도 되고..라고 속닥이는 소리를 들었을 때 내심 뿌듯했습니다.
아이들 가정통신문 같은 문서에 글을 적을 때는 이제 아내가 나에게 무조건 저에게 들이밀고 있습니다.
심지어 회사에서도 가끔 회의록 같은 걸 적어야 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항상 메모지에 대충 휘갈겨쓰곤 했는데 지금은 깔끔하게 정리해서 제출하니 주변 동료들도 다들 신기해합니다.
 

아래는 글씨 교정수업 전과 후

글씨체 교정도 되고 힐링도 되고 일석이조

그렇습니다. 물론 처음 한 달 동안은 과제하느라 정신없이 바빴지만 두 달째부터는 조금씩 여유가 생겨서 나름 즐기면서 했습니다 다. 손으로 무언가를 쓰고 있다는 행위 자체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무언가에 집중하는 행위이자 무언가 만들어가고 완성해 나가는 경험의 시간, 집중의 시간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예쁜 글씨체로 채워진 노트를 보면 무언가 뿌듯한 마음도 생깁니다.
빨리 쓰는 필기체와는 분명 다르겠지만 한 자 한 자 예쁘게 배운 대로 써 보려고 노력을 하다 보면 집중하게 되고 집중하는 경험이 많아지면 다른 일을 할 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이런 집중을 언제 해 보았는지도 모르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필사를?

말씀드렸듯 애초에 제가 글씨체 교정 클래스에 관심을 가진 것은 내 글씨체가 매번 상황에 따라, 펜에 따라 너무 다른 게 불만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정 하나 수료 했다고 해서 글씨체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일단 기초를 익힌 후에 할 수 있는 필사는 이 글씨체를 나만의 것으로 체화할 수 있는 숙성의 시간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펜글씨를 쓸 일이 없는 시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작은 과제나 목표를 두고 글씨연습을 하는 방법이 흥미나 재미를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필사는 아주 좋은 솔루션이었습니다.  쉽고 간결하며 짧은 글을 매일매일 정해진 만큼 써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 선택한 책은 바로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저는 무소유 단편을 한 편 한 편 시간 나는 대로 쓸 수 있을 만큼 써 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무작정 책을 베껴 썼습니다. 예전엔 책을 읽다 표시해 둔 좋은 글귀나 명언 위주로 옮겨 적긴 했었는데 확실히 그때와는 느낌이 다른 것 같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문구들은 따로 인스타에 올려두고 가끔 꺼내 읽어보기도 하고 자랑도 합니다.
그 덕분에 조금 긍정적인 마인드도 생기고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독서의 힘이겠지요?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사라지고 있습니다.(그래서 블로그를 다시 시작할 결심? 도 한 것 같고요)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나아진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아직 과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부담도 없습니다.
부담스럽게 해 내야 하는 과제도 아닙니다. 저만의 속도와 목표를 가지고 실행만 하면 되는 거라서요.
그래서 주변 친구나 동료들에게도 적극 권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시작해 보길 바랍니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필사에 도전하고 싶으시다면?

사실 필사라는 게 거창할 것 같지만 그냥 노트하나 필사하고 싶은 책 한 권, 그리고 손에 맞는 펜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비교적 장소도 덜 가립니다.  거창하게 만년필, 비싼 노트도 좋겠지만 일단 연장보다는 취미 그 자체에 집중하신다면 그다지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취미입니다.
일단 해 보시고 꾸준히 그리고 조금 더 의미를 두고 싶으시다면 좋은 종이와 이름 있는 만년필 한 자루 장만 하셔서 본격적인 필사를 해 보시면 더 큰 의미로 다가오겠죠?
 
필사하실 때 주의 사항은 
경험상 처음엔 단어 단위로 옮겨 적게 됩니다. 단어를 보고 옮기면 문장 자체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문장 단위로 읽고 바로 옮겨서 쓰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문장을 읽고 머릿속에 외운 상태로 한 숨에 써 나가는 것입니다.
글씨에도 집중해야 하지만 문장에 집중을 해야 문장 필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중간에 띄어쓰기를 틀린다거나 조사 접속사 기타 단어를 틀리게 옮기셨다고 해도 주저하거나 걱정하지 마시고 그대로 쭈욱 옮겨 적는 연습을 하시면 기억력은 물론 문장 자체를 소화시키는 능력을 키워내 자신의 글쓰기에 도움이 됩니다. 
짧은 '시'로 시작해 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펜은?
손에 맞는 펜이 있습니다.  굵고 잘 미끄러지는 글씨가 편한 사람이 있고 가늘고 잘 안 미끄러운 펜,  볼펜 말고 젤리펜, 만년필, 연필 등, 각자 손에 맞고 더 잘 써진다고 생각되는 펜이 있습니다. 이는 그 펜의 특성에 맞는 손의 근육과 감각이 이미 발달되어 있어 그렇다고 합니다. 다른 펜으로도 더 잘 쓰시고 싶으시면 펜을 바꿔가며 연습하는 편이 좋겠습니다만 재미가 없겠죠?
그리고 너무 자주 바꾸는 것보다 어느 한 종류에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한 후에 펜을 바꾸는 게 좋다고 합니다.
 
그럼 요렇게 돈 적게 들고 편한 취미 한 번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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