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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가 읽은

그렉이건 '쿼런틴?' 그리고 양자역학? 허걱!

by 엘데의짐승 2023.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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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 이건 -쿼런틴-

유명한 SF 소설?

나름 SF소설을 좋아해서 좀 읽은 사람(아주 골수팬은 아닙니다만..)으로서 남들이 읽었다는 유명한 소설을 안 읽을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더군다나 그렉 이건의 -쿼런틴-은 제가 SF에 관심을 가지기 전에 출간되어 절판되었던 이력이 있는 소설이다 보니 구하기가 어려운(중고가가 아주 비싼 몇 안 되는) 책이라 그저 상상 속에 존재하던 책이었습니다.
 
그런 책들이 아작(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에서 뭉텅이로 출간해 주시니 열심히 사서 읽을 수밖에요.
 

내용은?

2030년 갑자기 태양계 전체가 알 수 없는 장막 같은 곳에 갇히게 된다. 마치 태양계만 풍선 속에 가두어 놓은 형태의 격리(Quarantine)가 시작되고 더 이상 지구의 하늘에선 별이 보이지 않게 된다. 인류는 혼란에 빠지지만 더 이상의 재앙은 발생하지 않고 30여 년이 흘러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사립탐정이었던 닉은 뇌성마비 환자 한 명이 절대 탈출할 수 없다고 하는 병원시설을 탈출한 사건의 의뢰를 받게 되고 이를 수사하면서 인류가 쿼런틴 상태에 놓인 비밀을 맞닥트리게 된다는 내용이다.

읽고 보니? 양자역학?

와.. 요거...... 저한테는 어려운 소설 맞습니다. 하드 SF라는 장르가 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It's too hard to read and understand? 뭐 그런 의미겠죠?
 
김상욱 박사님이 뭐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이해하실 수준의 책이라고 했는데...  개인차가 있지 않겠습니까? 과학 쪽에 관심이 많으셔서 이것저것 많이 아시는 분들이나, 이해력이 뛰어나신 분, 그리고 김상욱 교수님의 양자역학에 관한 유튜브 강좌를 조금 들어서 양자역학이 어떤 거다?라는 감이라도 있으신 분들은 감탄을 금치 못하시며 재미있게 읽으시더군요. 
 
저는 지극히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는 독서형입니다. 문제나 감정보다는 이야기 그 자체에 재미를 느낍니다. 그런 면에서 이 쿼런틴은 초반 실종 여성을 따라갈 때까지는 꽤 재미있습니다.  한 편의 하드보일드 추리소설과 같은 구성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재미는 둘째 치더라도 SF소설 답게 특정 미래의 시점을 묘사한 배경이나 설정등에 엄청난 매력이 있습니다. 가령 Mod(모드)는 액체와 같은 형태로 만들어진 나노머신을 코로 분사하면 뇌로 이르러 뇌의 뉴런을 재배열하여 특정한 감정과 신체의 능력을 조절하여 상황에 맞는 대응을 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신박합니다.  이는 특정 조직에 무조건적 충성을 할 수 있게 한다거나 전투와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충성모드? 에 돌입하면 본인이 왜 충성하는지 모르지만 무조건적인 충성을 하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물론 모두 비싼 돈을 주고 사야 하지만 대기업은 자신의 직원에게 요걸 사용하더군요... 쩝.
 
아 그리고 작가가 호주 출신이라 그런지 몰라도  뉴 홍콩이라는 망명도시를 등장시킵니다.  뉴 홍콩은 중국 정부가 홍콩의 정치에 간섭하자 저항하던 홍콩인들이 오스트레일리아 북부로 망명하게 되는데 호주 정부는 이를 흔쾌히 땅을 떼어 줍니다.  책에선 이 도시의 건설에 한국이 돈을 지원했다고 하는데? 이런 구절로 표현됩니다.
‘… 특히 한국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 잉여자산을 흡수해 줄 프로젝트를 찾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55p
ㄷ ㄷ ㄷ 
 
그래도 좀 더 재미있게 읽고 싶다는 분은 아래 두 영상을 한 번 보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파동함수의 확산과 수축(이게 중반부 내내 나오는 내용이라 이해가 좀 필요하긴 합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특히 코펜하겐의 해석 등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신다면 이 책이 좀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벙커 1 특강, 과학 같은 소리 하네 : 함 찔러보는 양자역학 편

 
 
서바이벌 SF키트  -쿼런틴-

 
 
작가는 절대 대중을 위한 소설로 쓰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대중이 읽기 불가능한 소설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작가 자신이 과학기술의 깊이를 최대한 끌어내어 쓴 소설이며 그 깊이가 김상욱교수님까지 감동하게 만들 만큼 전문적이라는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SF팬이라면 요 소설은 꼭 한 번 읽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말랑말랑한 요즘 한국 SF부터 정말 읽기 힘든 요런 찐 과학의 SF소설까지 팬이라면 극과 극을 달려봐야지요.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양자역학의 관점에서 인간, 인간의 자유의지는 있는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더불어 과학철학이라는 분야에도 관심이 생기더군요. 주변에 요런 관심사 내지는 전문가가 계시다면 이 소설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쉬운 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책도 겁내야 할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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