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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가 읽은

대하소설 토지 전 20권 완독기

by 엘데의짐승 2023.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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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 북스 전 20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2022년 새해 목표에 대하소설 읽어내기 과제를 추가했다.
쇼츠(shorts), 15초의 시대... 인스타의 몇 줄 설명도 제대로 다 읽지 않는 요즘에 대하소설이라니...
평소 책을 읽는 편이라 크게 무리는 없을 거라 했지만 대하소설은 그만큼 긴 호흡과 체력을 요하는 것이라 마음먹기가 어려웠다.
대하소설이 어려운 개인적인 이유는
첫째, 길어서다. 그렇다 길기 때문에 지친다. 그 끝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쉽게 포기해 버리는 것이다. 한 권 읽기도 힘든데 스무 권씩이라니.. 엄두가 안 날 법도 하다.
둘째, 등장 인물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 토지는 등장인물이 많다. 최근 판본엔 별도로 구매할 수 있는 토지 인물사전이 있을 만큼 등장인물은 많다. 그만큼 이야기도 많을 것이고 머리는 복잡할 것이고 책은 스무 권이다.
셋째, 스토리를 따라가기 어렵다? 이건 그냥 책을 제대로 안 읽어서다, 1번과 2번의 이유로 3번의 이유가 생긴 것이다.

어쨌든 나는 이 모든 걸 뛰어 너머 그냥 읽어 보기로 했다. 독서력 증진과 한 단계 더 높은 독서의 지평을 열어보겠다는 거창한 동기를 가지고 독서를 시작했다.

그럼 왜 토지를 선택했는가?
삼국지도 읽어보고, 초한지도 읽어봤지만 우리말 우리 소설은 읽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군시절 간부숙소에 처음 방을 같이 쓰던 선배의 책장에서 꺼내 읽은 태백산맥이 전부...
친구들끼리 한 번 읽어보자 마음먹었지만 실패, 박경리선생님의 책을 읽고 싶어 먼저 읽은 '김약국의 딸들'로 그 욕구를 달랬지만 역시 토지는 무언가 다 해내지 못한 방학숙제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몇 년을 미루고 미루다 작년 대통령 선거 이후로 잠시 정치 쪽에서 시선을 떼고 싶어 찾은 돌파구가 바로 토지.
그렇다 그렇게 관심 없었던 '부동산' 공부를 시작해 돈을 벌어보자 결심했다.
그렇게 당근에 잠복하여 거의 한 달 만에 아주 새것 같은 (햇빛에 표지만 색이 좀 바래고, 2권부터는 아예 펼쳐보지도 않은 듯 한) 전집을 같이 파는 로마인 이야기 전집(이것도 거의 새것, 올해는 이걸 읽어볼까? 고민 중)과 함께 사는 조건으로 거의 헐값에 구입완료... 마음먹기 준비 시작.

그렇게 독서를 시작했다.

1권을 읽기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휘, 경상남도 사투리가 아주 높은 빈도로 등장하고 문맥으로 유추할 수 없을 정도의 단어와 문장들이다 보니 문맥풀이(책 뒤편에 별도 정리)를 찾아 왔다리 갔다리를 하다 보니 집중도가 상당히 떨어졌다. 요 부분은 아예 책갈피를 끼워두고 휙휙 넘겨 찾아볼 수 있게 대응해야 한다.. 이후로도 쭈욱.
하지만 2권부터 어휘풀이의 양은 좀 줄어든다. 반복적으로 등장해서 학습이 되기도 하는 탓도 있을 것이지만 이후 일본어도 등장하고.. 번거롭긴 마찬가지.. 왜 어휘풀이를 뒤에다 몰아뒀는지 모르겠다. 단어 뒤나 각주나 미주로 두면 훨씬 집중하기 좋을 텐데..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부산 출신이라 그나마, 거기다 친할머니는 함안댁, 함안이 고향이셨던 분이라 생전에 많이 들었던 말들을 문자로 전해 들어 반갑기도 했고 조금 알아들을 수도 있었다. 사투리가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인물, 생각보다 이 부분은 어렵지 않았다. 등장인물이 많다고 하나 인물과 사건이 명확하여 기억하기 좋았다. 다만 이름이 있지만 누구 아비, 누구어멈, 함안댁, 누구할멈 등으로 이름과 호칭이 번갈아 나올 때는 헷갈린다. 이후 세대를 거쳐 자녀와 친척 친구 등 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어려워지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인물 관계도를 그려보았다. 관계도에 헷갈리는 이름과 호칭 그리고 간단한 사건 사고를 같이 기입하면서 점점 발전해 나가는데 요거 한 장의 종이는 무리였다.
나중에 아이패드 미니를 사고 추가로 Freeform이라는 앱이 등장하면서 무한 넓이의 보드를 활용하면서 유용하게 사용했다

사건, 이 책은 소설이라 사람들의 이야기만 있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 등장하는 각계각층의 인물들이 당시 사건이나 인물 등에 대해 정치적인 논쟁이나 비평등이 아주 많이 등장한다. 이는 단편 일률적인 교과서적인 역사적 시각이 아닌 당시 사람들이 바라보는 현 상황을 다각도로 보여줌으로써 역사에 관한 보다 관대한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부족한 부분은 위키 등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검색해 통해 보완하면서 읽어 좀 더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다 읽고 나니

독서에 대한 자신감이 뿜뿜, 다 읽어 냈다는 보람, 자신감이 생긴다. 다른 책에 도전할 용기가 생긴 것이다. 책을 오롯이 이해하고 말고를 떠나 큰 도전을 했고 성공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셀프 칭찬받아 마땅하다 생각한다.
역사에 대한 관심을 더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책을 다 읽어갈 때 즈음 chatGPT가 등장했고(공부하는 방법이 하나 더 늘게 된 것이다.) 나는 토지 속에 묘사된 1940년대 동아시아 정세와 일본 내부 정치나 경제, 국민들의 분위기 등에 대한 검색을 해 보았고 단순히 몇 줄로만 이해했던 2차 대전 아시아 역사에 대해 조금은 더 알 수 있게 되었다.

 

인간에 대한 관심이 더해졌다.. 좀 고급지게 말하면 철학을 더 공부하고 싶어 졌다고 할까?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말 사고는 어느 하나 같은 게 없고 예측할 수가 없다. 왜 이렇게 사고하고 행동하는지 인간 그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져 공부가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가 보고 싶어졌다. 아주 어릴 적 방송되었던 KBS버전. 시각적으로 부족했던 부분을 마저 채워 넣을 수 있을 것 같고 더 오래오래 소설을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재독을 한다면 더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을 수도.

더불어 현재 지리산 둘레길을 걷고 있는데 평사리 쪽도 지난다 꼭 최참판댁을 가 봐야겠다.

 

토지에 도전해 보시겠습니까? 이 글을 한 번 읽어보시고 도전해 보세요.

2023.02.22 - [어른이가 읽은] - 토지 완독 도전 팁! 토지 읽기가 어렵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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