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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가 읽은

[2015 독서] 김영하 산문 읽다.

by 엘데의짐승 2015.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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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산문 읽다 / 문학동네

첫째 날 읽다.

-위험한 책 읽기

독서는 왜 하는가? 세상에는 많은 답이 나와 있습니다. 저 역시 여러 이유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독서는 우리 내면에서 자라나는 오만(휴브리스)과의 투쟁일 겁니다. 저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읽으며 '모르면서도 알고 있다고 믿는 오만'과 '우리가 고대로부터 매우 발전했다고 믿는 자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독서는 우리가 굳건하게 믿고 있는 것들을 흔들게 됩니다. 독서라는 존재는 독서라는 위험한 행위를 통해 스스로 제 믿음을 흔들고자 하는 이들입니다. 비평가 헤럴드 블룸은 '교양인의 책읽기'서문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독서는 자아를 분열시킨다. 즉 자아의 상당 부분이 독서와 함께 산산이 흩어진다. 이는 결코 슬퍼할 일이 아니다.

저자는 책을 읽는 이유는 개인 내면에 존재하는 오만고 자만을 독서라는 행위를 통해 흔들고자 하는 행위, 즉 책을 읽고 혼란스러우며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행위를 추구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행위라고 정의한다.

 

둘째 날 읽다.

-우리를 미치게 하는 책들

인간을 감염시키고, 행동을 변화시키며, 이성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책은 서점에서 값싸게 팔리고, 도서관에서 공짜로 빌릴 수 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은 물건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떤 책에는 주술적인 힘이 서려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책은 곳곳에서 금지당하고 불태워지고 비난당했습니다.

소설을 읽는다는 것, 그것은 인간이라는 우월한 존재가 책이라는 대량생산품을 소비하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라는 이야기가 책이라는 작은 틈을 통해 아주 잠깐 자신을 둘러싼 거대한 세계와 영겁의 시간에 접속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이 바로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가 바로 우주입니다. 이야기의 세계는 끝이 없이 무한하니까요.

작은 인간이 소설을 읽으며 인간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무한한 사고의 확장을 제공한다고 이야기 한다.

 

셋째 날 읽다.

-책 속에는 길이 없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헤매기 위해서 일 겁니다. 분명한 목표라는 게 실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이상한 세계에서 어슬렁 거리기 위해서입니다. 소설은 세심하게 설계된 정신의 미로입니다. 그러므로 독서란 한 편의 소설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아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작가가 만들어 놓은 정신의 미로에서 기분 좋게 헤매는 경험입니다.

소설을 읽음으로써 우리가 얻는 것은 헤맴, 유일무이한 감정적 경험입니다. 이것은 교환이 불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가치가 있습니다. 한 편의 소설을 읽으면 하나의 얇은 세계가 우리 내면에 겹쳐집니다.

책 속엔 정해진 노선이 없고 소설 속에서 조금은 당황스러운 낯설 헤맴을 통해 내면의 성장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넷째 날 읽다.

-거기 소설이 있으니까 읽는다.

소설을 읽는 행위가 끝없는 투쟁, 소설은 일종의 자연, 독자는 그것의 일점 일획도 바꿀 수 없습니다. 그 자연을 탐험하면서 독자는 고통과 즐거움을 모두 느낍니다.

말 그대로 소설은 일종의 자연이다. 내가 소설의 그 어떤 것도 바꿀 수가 없기 대문에 우리가 자연을 탐험하며 느끼 듯 소설도 읽고 그대로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섯째 날 읽다

-매력적인 괴물의 세계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너는 괴물이다. 반성하라!'라고 직설적으로 외치지 않고 괴물의 내면을 이야기하는 당의정으로 감싸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가지 시각으로 괴물을 직시하도록 만들어 줍니다.

괴물 : 악당, 조커, 대부의 마이클 클리오네 등

소설의 대화 방식은 위와 같다. 직설적이면 오히려 반감이 생기거나 자신은 아니라고 부정하기 쉽다. 그러므로 소설은 이야기 속 악당들의 내면을 부각해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만들어 준다.

 

여섯째 날 읽다.

-독자, 책의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도서관이 우주라는 말은 곱씹을수록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주 안의 사물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네 가지 즉 거시세계를 구성하는 중력과 미시세계를 구성하는 전자기력, 그리고 극미세계를 구성하는 강력과 약력이 없다면 우주는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런 힘들은 우주 안에서 모든 존재가 서로 끌어당기고 밀어내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도록 만듭니다. 책도 우주와 비슷합니다. 개개의 책은 다른 책이 가진 여러 힘의 작용 속에서 탄생하고 그 후로는 다른 책에 영향을 줍니다.

 

책의 가진 의미와 그 가능성은 마치 인터넷의 하이퍼 링크와 같다, 책과 책은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어 있으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그 연결은 다양한 형태의 결과물로 태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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