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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가 읽은

[2015 독서]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by 엘데의짐승 2015.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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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 은행나무

오랜만에 나온 제대로 된 미국식 고딕 소설

제목에 이끌려, 그리고 소개글에 이끌려(핏빛 고딕 누아르....) 집어 든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무엇을 기대했는지 모르지만 제목 그대로 사라지지 않는 악마, 악마에 대해서 제대로 읽은 소설이라 간단히 글을 남겨 보려 한다.

 

미국 스타일?

일단 미국 문학?내지 미국 소설은 코맥 맥카시가 쓴 소설 몇 권을 읽어 본 게 전부인데 그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우선 떠오르게 했고 미드 '트루 디텍티브'가 동시에 연상되는 것은 아마도 이런 장르가 존재하는가 보다.
(대략 검색 해 보니 미국 남부를 소재로 한 소설들이 미국에선 하나의 주류가 되어 있는 듯 하다.)

 

저자 도널드 레이 폴록(DONALD RAY POLLOCK)은 1954년 오하이오 녹켐스티프에서 나고 자랐다(소설의 배경도 자신의 고향인 녹켐스티프에 대한 묘사가 등장한다). 고등학교 중퇴 후 제지 공장 노동자와 트럭 운전수로 일하다가 알코올과 마약중독 치료 끝에 오하이오 주립대학에 진학, 영문학 학위를 받았다. 이후 생업과 학업을 병행하며 단편집 그리고 첫 장편으로 내놓은 소설이 바로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래간만에 나온 제대로 된 '미국식 고딕 소설'이란 평가를 받으며 프랑스, 독일에서 추리소설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소설은 미국의 혼돈기라 일컬어지는 2차 대전 직후부터 베트남전 초기까지 오하이오와 웨스트 버지니아의 낙후된 도시 그곳에는 오래된 제지공장과 도축장이 있고 다들 부족한 환경에 온갖 범죄와 부조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한 남자는 죽어가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기도로는 모자라 산짐승을 제물로 바치고, 한 남자는 자신의 여자친구를 이용해 하이킹 한 남자를 죽이고 사진을 찍어 남기며, 새로 온 전도사는 어리석은 여성들을 유린하는 가운데 이 마을은 점점 더 광기 어린 악마들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답답한 삶, 믿을 곳은 신, 하지만 기도와는 달리 점점 더 극을 향해 달려가는 상황이 보다 생생하게 느껴지는 실존할 것 같은 혹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본 듯한 캐릭터들의 생생한 묘사와 잔혹하고 섬뜩한 상황의 노골적인 묘사는 이 책에 몰입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불어 교회를 중심으로 '절대선'으로 묘사되는 종교와 종교인에 대한 묘사는 오히려 악 그 자체료 표현하고 있으며 이 소설 최대 피해자로 등장하는 모녀는 종교를 맹신한 나머지 본인들의 인생을 망치는 결과를 낳는다. 

 

밑도 끝도 없이 저질러지는 각종 범죄들 사이에 사회의 부조리 종교의 의미, 무엇이 악이고 무엇이 정의인지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이 소설, 전형적인 추리소설에 약간의 염증을 느끼신다면 이 소설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좋은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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